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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전인성(wholeness)을 위한 사고의 체계화 "생각의 탄생"

생각의 탄생 - 10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외 지음, 박종성 옮김/에코의서재

전반적인 리뷰

2007년 9월 25일 읽은 책이다. 430여페이지의 책이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떤 특정 분야에 관심을 두지 않고 다방면의 지식을 습득하려고 했던 나였기에 여기서 제시하는 부분들이 가슴에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나 스스로도 어떠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부분을 느끼게 만드는 책이었다.

어찌보면 나도 사고의 틀을 완전히 깨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이나 영화와 같은 창조적 산물을 두고 단순 재미로만 접근하려고 했던 것이 그런 이유다. 피카소의 그림을 보면서 그것은 평론가들이 대단하다 해서 또는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대단한 것이고 그런 해석은 미술학에서나 의미있는 것이지 나에게는 의미있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런 연유다.

또한 멘사 내에서 많은 멘산들이 퍼즐을 즐겨 하는 것을 보고 이해를 못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퍼즐의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퍼즐 잘 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것은 마치 인생으로 비유를 할 수 있는 바둑판에서 바둑을 잘 둔다고 하여 인생에서 다른 곳에서 바둑의 수를 읽는 것처럼 인생에서도 수싸움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편견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면 그 속에서 내가 얻을 수도 있는 교감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꼴이 아닌가? 다방면에 대한 지식 습득에 열을 올리는 나였음에도 불구하고 내 우물에 빠졌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 또한 너무 앎이라는 것에만 집착을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게 만들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나서 우려스러운 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써먹어야 하는데 똥오줌 못 가리고 창조적인 생각이나 직관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내가 BSC를 구축하면서 느꼈던 부분이다. 그렇게 창조적인 생각을 외쳐대면서 왜 처음에 회사에 들어올 때는 자신의 경력 년수와 대학 졸업 여부를 갖고 연봉을 측정하는 데에 동의했을까? 그러면서 인센티브와 연관되는 부분에서는 창조적인 생각을 강조하다니!

결국 어떤 얘기라도 그것을 어떻게 수용하고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여기에서 얘기하는 "생각"이라는 것은 그 해석을 잘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인간은 누구나 생각을 갖고 살기는 하지만 정녕 사고라고 부를 만한 사고를 하는 사람은 별로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 전제는 사고력

이 책에서는 제시되지 않은 듯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에 기본적으로 사고력 훈련이 된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책에서는 사고력 훈련을 위한 생각도구를 제시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이 없이는 "직관"이라는 말은 허울좋은 얘기일 뿐이다. 다음을 잘 생각해보기 바란다.

1)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이 단순히 정보들의 조합은 아닌가?
2) 자신이 하고 있는 말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들은 말은 아닌가?
3) 자신은 정녕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 정말 깊게 생각해본 경험이 있는가?

1) 의 경우
내가 IT 쪽에서 많이 만나봤었는데, 내가 IT 쪽에 다양한 기술을 다 섭렵하려고 욕심을 냈던 이유가 이런 이유였다. 그들이 안다는 것은 단순 정보 밖에 없었다. "너 이거 아니?" 그런 식의 얘기였던 것이다. 그것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닌데 그것을 자신의 지식인 양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2) 의 경우
사람을 많이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유형이다. 그들의 말을 유심히 살펴보면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기 보다는 남의 얘기를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자리에서 이 사람이 한 얘기를 기억했다가 저 자리에서 저 사람에게 얘기한다. 누구를 만났는지를 역추적해보면 누가 한 말인지를 알 수가 있다. 정말 이런 사람 많이 봤다. 헛똑똑. 자신은 똑똑한 척 하는데 매우 허술한.

근데 이런 사람들은 매우 나쁜 버릇도 갖고 있다. 결코 '이거 누가 한 얘기'라는 출처를 밝히지 않는다. 마치 자신이 하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근데 생각을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은 대화를 해보면 대번 티가 난다. 앞뒤 말이 안 맞는다거나 똑같은 현상인데 해석을 못한다거나 하는 식의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3) 의 경우
생각없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단순히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아니라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는 경우는 많이 없는 것 같다. 그것은 그만큼 우리가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보만 쫓고 사는 데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 얘기하는 대로 잘못된 교육의 영향이 클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사고하는 훈련을 결여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책에서 얘기하는 '전인성'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고력 훈련이 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직관'이라는 것도 사고력 훈련이 없는 경우에는 '직관'이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말은 하기 나름이라 '직관'이라고 얘기는 해도 '직관'이 '직관'답고 '통찰'이 '통찰'다워야 그렇게 부를 수 있는 것이다.


13가지 생각도구

이 책에서는 13가지 생각도구를 통하여 체계화를 시키고 있다. 그 13가지는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이다. 이 모든 도구를 다 활용해야만 창조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 일부는 자신에게 유용할 수도 있고 일부는 유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자기에 맞는 스타일대로 활용해야할 것이다.

여기에 언급된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13가지 생각도구를 활용한 것은 아니다. 많은 창조적인 사람들의 특성들을 13가지로 분류해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체계적인 정리를 한 것이라 귀납적인 결론이라는 것이다. 이 13가지 생각도구 중에서 내가 잘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었고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책내용을 이해 못한 것이라기 보다는 나오는 예시들이 너무 예술적인 부분들이어서 온연히 이해하기 힘들고 책내용만으로 이해를 하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내가 만족할 정도(책내용을 읽으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정도)는 아닌 부분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찌보면 나 또한 서구 문명의 영향으로 실용성에만 초점을 두는 사고 방식으로만 생각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물론 나는 철학을 중요시하지만 여기서는 철학적인 부분을 별로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미술이나 음악 분야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13가지로 나누어서 가이드를 가만히 읽다 보면 13가지로 나누어 놓은 것은 단지 생각의 도구일 뿐이다. 조금 체계적으로 쉽게 나누어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 속에 흐르는 공통분모를 찾다보면 '논리'나 '합리'와 같은 이성을 중시하는 지금의 시대에 '직관'과 '느낌' 그리고 '공감각'같은 감성을 강조하고 있고 더욱더 중요한 것은 이런 이성과 감성이 서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전인성'을 기르는 핵심이다.

우리가 뭔가 증명할 때는 논리를 가지고 한다. 그러나 뭔가를 발견할 때는 직관을 가지고 한다. 논리학이라는 스승은 우리에게 장애물을 피해갈 수 있는 길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애초에 원했던 목표 지점에 이르는 길을 가르쳐 주지는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목표 지점을 보는 것이 필요한데, 이 목표지점을 보라고 가르치는 스승은 논리학이 아니고 바로 '직관'이기 때문이다. 직관이 없는 기하학자는 문법에는 통달했지만 사고는 빈약한 소설가처럼 될 것이다.


변형된 T자형 인재

지금껏 내가 나 스스로를 단련시켜온 것은 T자형 인재였다.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다방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의 인재.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해했던 T자형 인재는 반쪽 밖에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이성만을 강조한 T자형 인재였던 것이다. 오직 지식과 그것을 활용한 응용, 행동에만 초점을 맞춰진 것이라는 점에서 반쪽밖에 될 수 없었던 것이다.

감성이 빠졌다. 이 책에서는 많은 사례를 통해서 감성을 통해서 위대한 일들을 해낸 수많은 얘기들이 있다. 그 얘기들이 멋있어 보여서 그런 것이 아니라 충분히 설득력 있는 얘기이기에 동의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나 또한 이런 의미에서는 반쪽짜리 밖에 안 되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전인성'이라고 표현된 것을 나는 지금까지 총체적인 사고, 종합적인 사고라는 말로 표현하곤 했지만 반쪽자리 밖에 안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얼마나 반쪽자리였냐면, 최근에 읽은 <감각의 박물학>에서도 이 책에서 얘기하는 공감각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이성적인 부분들만 받아들이고 그러한 부분들은 약간 경외시했던 부분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이성의 판단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감각은 : 시각
이런 이성으로 이해하기 쉬운 것에 대해서는 "오~ 그렇네" 했지만 이 책에서 얘기하는 공감각에 대해서는 그 의미를 그냥 이성적으로만 받아들이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T자형 인재는 반쪽짜리 T자형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감성이 들어가야 온연한 T자형이 되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페이지가 좀 되고 실제 책을 보면 두꺼워서 지레 겁을 먹을 수 있겠지만 재밌게 술술 읽힌다. 물론 독서의 성향에 따라 쉽게 읽힐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내용이 그리 어려운 책은 아니다. 오타가 많아서 그렇지. :)

그리고 적어도 이 책에서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주옥같은 표현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것만 캐치를 해도 충분히 이 책은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 나 스스로도 반성을 많이 하게 만들고 내가 가진 방향성에 대해서 약간의 수정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던 책이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것을 가만히 보면 만능을 추구한다. 그러나 만능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전문화와 프로세스를 강조하는 지금의 체계 속에서 만능을 추구한다는 것이 때로는 자칫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

가끔씩 어머니의 말씀을 떠올리곤 한다. "한가지만 해라. 여러 기술 가진 사람이 제 밥벌이 못한다." 그만큼 난 욕심이 많았고 한 분야에 치우치려 하지 않게 살았지만 이 책은 "10년 법칙"과도 어떤 면에서는 대조되는 부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생각", "사고"에 관련된 것이다. 자신이 어떤 분야에서 일하는 거랑은 상관이 없는 거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10년동안 한 우물을 파더라도 "생각", "사고"의 확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야 그 속에서 자신의 분야에 활용할 뭔가를 찾아낼 수 있는 "전인성"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퍽이나 리뷰를 길게 적다가 몇몇 부분들은 삭제하고 핵심만 남겨둔다. 구구절절 길게 적는 것이 굳이 필요하냐는 생각에서이다. 예전부터 내가 이런 사고 방식을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은 내 블로그의 Indentity는 unidentified 라는 것과 블로그 왼쪽의 내 소개글에서 볼 수 있다. 물론 반쪽짜리이긴 하지만 말이다.

사람들의 지적 과정 중에서 단 한 가지 요인만을 가지고 개인을 분류한다는 것은 아인슈타인을 처음부터 끝까지 논리수학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것만큼 그릇된 것이다.
블로그를 처음 만들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이지만 정말 가슴에 와닿는 문구인 듯 하다. 왜 사람들은 뭔가로 규정하려고 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그런 것을 좋아하고 그런 분류짓기를 필요로 한다. 특히나 한국 사람들은 밥상까지 차려줘야 하지 않는가?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에서 13가지의 생각도구로 나눠놓은 것 그 자체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매우 역설적이다.


책소개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제공하는 비즈니스 신간 도서 5분 브리핑 콘텐츠 "성공으로 가는 서재"에 소개된 <생각의 탄생> 꼭 감상하시길... 아마 보면 책 읽고 싶을껄? :)


그러면 왜 우리가 이런 생각도구들을 학습하고 체화해야 하는 것일까요?
저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주방기구들(생각도구들)을 능숙하게 다룬다고 해서
창조적인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요리사도 주방기구를 다루는 법을
연습하지 않는다면 창조적 요리에는 접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생각도구를 바로 알고
이를 연습하는 것은 창조성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입니다.